Wagner Museum, Tribschen © Wagner Museum
Wagner Museum, Tribschen © Wagner Museum

독일 극작 대가가 선택한 루체른 호숫가의 평화로운 안식처 – 바그너 기념관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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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음악의 열렬한 신봉자이자 그를 아낌없이 후원했던 바바리아의 루드비히 2세를 비롯 당대 최고의 비르투오조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프란츠 리스트, 비슷한 정신세계를 공유하며 상호 존경과 영향을 주고 받았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드나들며 발자취를 남기기도 했던 바그너의 집은 작곡가가 1866년부터 1872년까지 6년간 머물던 거처로 «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Meistersinger von Nürnberg) »를 비롯 일명 « 반지 » 시리즈로 불리는 4부작 오페라 모음 « 니벨룽겐의 반지 (Der Ring des Nibelungen) », 외아들인 지그프리트의 탄생과 더불어 부인 코지마의 생일을 기념하는 곡 « 지그프리트 목가 (Siegfried Idyll)»와 같은 작품들을 완성했던 곳이다.

 

루체른 호숫가가 전하는 자연의 정기

여름에 한 달 간 열리는 교향악 축제를 위해 루체른을 다녀가는 클래식 애호가들의 발길은 공연 중심지인 시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드넓은 호수는 루체른 시가지 뿐만 아니라 다른 크고 작은 마을들을 품에 안은 듯 감싸고 있는데, 호숫가 곳곳에 숨겨진 문화 명소들은 애호가들을 은밀한 친근함으로 반겨준다.

루체른 시내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트립쉔(Tribschen) 역시 호수의 따뜻한 기운이 곧바로 느껴지는 평화스런 마을이다. 독일이 나은 낭만주의 최고봉의 극작가이자 작곡가인 리하르트 바그너가 6년간 머물렀던 트립쉔의 전원 주택은 호숫가 언덕 위에 위치해 있는데, 현재는 그의 이름을 딴 기념관으로 루체른 문화 관광 코스 중 매우 중요한 장소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되었다.

Wagner Museum, Tribschen
Wagner Museum, Tribschen © Marine Park

자연의 정기가 작곡가에게 불어넣은 영감

시내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일곱 정거장 쯤 가니 트립쉔에 닿았다. 기념관까지 가는 오솔길은 흙 냄새와 촉촉한 풀 냄새가 뒤섞인 여름 특유의 싱그러움을 머금고 있었다. 십 오 분 쯤을 걸어가니 흰 외벽 바탕에 녹색 문이 깔끔한 저택이 호숫가를 등지고 알프스를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평화로운 산수에 둘러싸인 안식처에서 자연의 정기가 주는 영감을 가득 받았을 작곡가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입구 오른편에는 2006년 9월에 세워진 바그너의 흉상이 방문객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사전에 연락해 두었던 기념관 관계자들과 간략하게 인사를 나눈 뒤 내부 방문을 시작했다. 프란츠 리스트와의 교류, 그의 딸 코지마 리스트, 한스 폰 뷜로우와 프리드리히 니체, 열렬한 바그너의 후원자 루드비히 2세의 사진들과 그들과 나누었던 서신들이 실내 곳곳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음악 뿐만 아니라 철학과 문학을 두루 넘나드는 바그너의 폭넒은 지적 호기심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그가 작업실로 썼던 방이 특히 눈길을 끌었는데, 음표와 악상기호가 깨알같이 표기된 자필 악보들을 통해 얼마만큼 작곡가가 세밀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을 지녔었는지 엿볼 수 있었다.

Wagner Museum
© Wagner Museum

코지마를 위한 세레나데, « 지그프리트 목가 »가 최초로 울렸던 곳

프란츠 리스트의 딸이자 피아니스트, 작곡가, 지휘자였던 한스 폰 뷜로우의 아내였던 코지마가 드디어 이혼에 성공하고 1870년에 바그너와의 관계를 법적으로 공식화하게 되는데 그와 더불어 그들이 정착한 곳이 바로 루체른 호숫가의 저택이다. 1870년 애정의 증표로 부인 코지마를 위하여 몰래 곡을 완성한 바그너는 루체른 시내의 호텔에서 제네럴 리허설을 가진 후 그 다음날인12월 25일 아침 일찍 트립쉔의 자택으로 와서 튜닝을 마친 후 저택의 내부 계단에 뮤지션들을 배치한 후 부인을 위한 사랑의 찬가를 직접 지휘했다고 한다. 이후 « 지그프리트 목가 »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작품은 그 이후 또 한 번 중요한 의미를 부여 받는다. 1938년 루체른 여름 음악주간(루체른 여름 페스티벌의 효시)의 발족을 알리는 걀라 콘서트가 이태리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트립쉔의 바그너의 집에서 열리게 되는데 이 때 연주된 곡이 바로 « 지그프리트 목가 »였던 것이다. 1938년 8월 25일의 공연은 2천 여 명의 많은 관객들을 수용해야 하는 오케스트라 편성의 공연으로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Piano Erard au Wagner Museum
Piano Erard © Wagner Museum

에라르 (Erard) 피아노에서 완성된 «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

바그너가 사용했던 에라르 그랜드 피아노가 지금은 주인장을 대신해서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듯 하다. 전나무 원목쯤 되려나 ? 견고해 보이는 몸체에서 흘러나오는 깊고 풍성한 소리가 충분히 연상되었다. 뉘른베르그의 명가수를 이 피아노에서 완성했다고 관계자가 설명해주며 연주해보라고 권하는데, « 이럴 줄 알았으면 얼마전 연주했던 바그너의 가곡 악보라도 들고 올 것을… » 하는 후회감이 막심하게 뇌리를 스쳤다. 저음부의 중후한 울림이 매력적인 에라르는 현재까지도 잘 관리가 되고 있어 살롱 음악회 혹은 소규모 렉쳐 콘서트 등의 행사를 희망하는 단체나 연주자들에게 최상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Piano Erard au Wagner Museum
Piano Erard © Marine Park

Passionnée de musique depuis son plus jeune âge et pianiste accompagnatrice, Marine partage ses émotions au travers de ses chroniques. Elle collabore en tant que rédactrice avec différents médias français et coréens spécialisés dans la musique classique. Diplômée du cursus professionnel « Administrateur / Producteur Projets Musicaux » à l’Université Paris X, Marine est conseillère artistique et développe divers projets artistiq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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