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chmaninoff's studio, Villa Senar © Moniek Spaans
Rachmaninoff's studio, Villa Senar © Moniek Spaans

마지막 낭만주의 작곡가에게 영감을 불어 넣은 루체른 호숫가의 그림 같은 집 – 라흐마니노프의 스위스 거처 Villa SENAR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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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가 1930년대에 머물면서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제 3번 교향곡 등의 역작을 작곡하며 말년의 창작욕을 불태운 장소 빌라 세나르 (Villa SENAR, SErgei, NAtalia, Rachmaninoff의 라흐마니노프 부부의 이름과 성 머릿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를 둘러싼 고요한 경관과 분위기는 음악가들의 영혼을 포근하게 감싸며 그들에게 영감을 가득 불어넣기에 충분해 보인다.  과거에 이곳 루체른 호숫가의 트립쉔(Tribschen)에서 바그너(Richard Wagner) 또한 그의 오페라 « 명가수(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를 작곡한 바 있고, 나단 밀슈타인(Nathan Milstein), 블라디미르 호로비츠(Vladimir Horowitz), 그레고르 피아티고르스키(Gregor Piatigorsky)를 비롯한 다른 동시대 음악인들이 모두 스위스의 이웃으로 함께 하였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빌라 세나르
빌라 세나르 © Moniek Spaans

고국 러시아의 이바노브카(Ivanovka)를 떠올리는 자연 경관에 매료되다 !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미국 망명길에 오른 이후부터는 창작 활동을 접고 생계를 위한 연주 생활에만 전념해야 했던 마지막 낭만주의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공연시즌 기간 동안 강행군으로 진행되는 연주 여행을 마치고 나면 – 망명 직후 1918-1919년 시즌부터 생을 마감하기 직전인 1942-1943년까지 북미 지역과 유럽 무대를 위주로 연주 활동을 했던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는 한 시즌 당 50회에서 60회에 이르는 독주 및 협주 무대를 소화해 내던 초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는 슈퍼스타였으며 1922-1923년 한 시즌에만 70회가 넘는 연주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 파리 근교에 위치한 끌레르퐁텐(Clairefontaine-en Yvelines)의 전원 주택 르 빠비용(Le Pavillon)으로 친구들을 초대하여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면서 다음 시즌의 연주활동를 위한 재충전을 하곤 했다.

르 빠비용을 왕래한 친구들 중에는 오스카 폰 라이스만 (Oskar von Riesmann)이라는 음악학자가 있었는데 – 그는 작곡가 지휘자로도 활동하였으며 라흐마니노프의 전기 « Rachmaninoff’s recollections »의 저자이기도 하다 – 라흐마니노프는 그 답례로 라이스만의 거처가 있는 스위스 루체른 호숫가의 헤르텐슈타인을 방문한다.  삼십여 년 전 나탈리아와 함께 이곳으로 신혼 여행을 왔던 추억도 추억이지만, 무엇보다도 고국 러시아의 이바노브카(Ivanovka)를 떠올리는 자연 경관과 평화로움에 매료된 라흐마니노프는 이곳에서 다시 한 번 작곡가로서의 창작욕을 불태우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힌다.

라이스만의 적극적인 권유와 도움으로 라흐마니노프와 그의 가족들은 드디어 헤르텐슈타인에 새로운 거처를 짓기로 결정하기에 이르렀고 첫 밑그림은 에밀 펠릭스(Emil Felix)가 건축 설계는 모리 앤 크렙스(Möri & Krebs)가 담당하게 되었다. 고객인 라흐마니노프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원하는 (하기 인용문 참조) 사항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설계 및 건축 비용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그에 따른 불가피한 가격 협상에서도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실력 못지않은!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이다.

 

« 빌라 내부의 구성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 큰 작업실, 거실, 메인 홀, 다이닝 룸, 부엌, 욕실이 딸린 방 두 개, 지하실, 세탁실, 위층에는 네 개의 침실과 세 개의 욕실이 필요하다.  빌라 안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은 피아노가 들어갈 나의 작업실이다. 가로로 3.5미터, 세로로 4미터 크기의 큰 창문으로 벽면이 뒤덮여 루체른 호수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

 

20세기 현대적 취향을 지녔던 19세기 낭만 작곡가의 평화로운 안식처

드높고 푸르른 하늘 아래 작열하는 8월의 햇볕을 받으며 빛나던 스위스 알프스 지방, 베르비에 실내악 공연 일정을 부리나케 마치자 마자 루체른 근교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알프스의 굽이 굽이한 산등성이로 둘러싸인 스위스의 산악 마을의 그림같이 황홀한 모습을 뒤로 하고 독일 방향으로 두어 시간을 달려 가니 뜨거운 햇살 아래 빛을 발하는 호수의 전경이 눈 앞에 시원하게 펼쳐졌다. 우측으로 루체른 호수를 끼고 꾸준히 가다 보니 헤르텐슈타인(Hertenstein) 지역 내 벡기스 (Weggis)라는 예스러운 작은 마을 귀퉁이에 바우하우스 (Bauhaus) 건축 양식의 모던한 저택이 어쩐지 좀 생뚱맞게 우뚝 서서 호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약속 시간인 오후 다섯 시가 되어 빌라 세나르에 도착하니 마침 기다리고 있던 관리인 두 분이 대문을 통과하자마자 환영의 눈빛으로 주차할 공간 먼저 안내해주신다.  정원을 가로질러 들어가니 하얀색 벽에 정원과 같은 색상의 녹색 덫창이 군데 군데 박힌 현대식 건축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근 백 년이 다 되어가는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요즈음의 그것 못지 않게 현대적인 외양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중앙 현관을 통과하여 메인 홀로 안내 되어 내부로 들어가니 우측에 라흐마니노프의 흉상이 보이고 좌측 방향으로는 작곡가가 창작에 몰두하고 피아노 연습을 하던 작업실로 연결된다.

라흐마니노프의 책상과 그의 악보들
라흐마니노프의 책상과 그의 악보들

두 개 벽면이 커다란 창문으로 뒤덮인 작업실은 채광 효과를 십분 누리고 있었고 유난히 길이가 긴 콘서트 피아노가 작업실 안쪽 우측에 길게 누워있는 게 보였다. 라흐마니노프 환갑 기념으로 스타인웨이앤선즈(Steinway & Sons)사가 그들의 홍보대사격인 아티스트에게 특별 제작 기증하였는데 일반 콘서트용 피아노보다 1 미터 가량 더 길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1미터 98센치의 장신의 피아니스트에게 너무나도 적절한 사이즈가 아닐 수 없다. 작곡가가 소장하고 있던 책들과 악보들 상당 부분이 별도 아카이브로 옮겨져 있어 남아있는 자료들은 얼마되지는 않았지만, 아직 그대로 보관된 사진들과 소품들, 가구들은 세나르 주인장의 인간관계와 취향 및 음악세계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이다.

정갈하게 정리된 다이닝 룸에는 스무 명은 족히 초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긴 테이블이 놓여 있는데 이곳에서 샬리아핀(Fiodor Ivanovitch Chaliapine), 호로비츠(Vladimir Horowitz), 메트너(Nikoalï Medtner), 포킨(Michael Fokine) 등 러시아 출신 아티스트들과 함께 만찬을 나누며 창작과 삶의 이모저모에 대한 의견을 소통했을 라흐마니노프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라흐마니노프는 첨단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도 유명한데 – 그는 에디슨의 축음기 발명과 더불어 녹음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 2층의 침실과 욕실로 이동하는 계단을 끼고 설치된 엘리베이터, 욕실 욕조를 데우는 (욕조에 물을 채우기 전) 난방 시설 등을 설치했던 점을 통해 그의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라흐마니노프의 책상과 그의 악보들
라흐마니노프의 책상과 그의 악보들

빌라 건물에서 나와 장미목이 즐비한 정원을 가로질러서 루체른 호숫가로 이동하는 동안에 정원에서 올라오는 흙냄새와 나무 향기가 여름의 습기와 적절히 뒤섞이면서 코를 간지럽힌다. 오른쪽의 샛길을 따라 내려가니 루체른 호숫가가 바로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샛길 계단 바로 앞 호숫가에 배가 정박할 수 있도록 지어진 공간이 보이는데, 스피드 광이었던 라흐마니노프가 이곳에서 모터보트를 꺼내 속도를 즐기는 모습이 족히 상상이 된다. 그림 같은 자연 경관 속에서 마음껏 속도를 즐기는 가운데 그의 음악적인 상상력은 더더욱 자극이 되었으리라 !

현재 빌라 세나르는 Rachmaninoff Foundation (스위스 소재), Rachmaninoff Network (네덜란드 소재) 두 기관에서 관리하고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애호가들이 이곳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고, 오늘날의 아티스트들이 그 옛날의 라흐마니노프처럼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면서 빌라 세나르를 떠났다.

정원에서 바라본 빌라 세나르
정원에서 바라본 빌라 세나르

빌라 세나르 방문에 협조해 주신 주신 라흐마니노프 재단 (스위스)과 라흐마니노프 네트워크 (네덜란드)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본 기사는 하기 저서에서 발췌한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되었다.

 

– Sergei Rachmaninoff : A Lifetime in Music (Jay Leyda, Sergei Bertensson)
– Rachmaninov (Jacques-Emmanuel Fousnaquer)
– VILLA SENAR, Sergei Rachmaninoff’s dream of a house, brochure published by Rachmaninoff Foundation

 

Passionnée de musique depuis son plus jeune âge et pianiste accompagnatrice, Marine partage ses émotions au travers de ses chroniques. Elle collabore en tant que rédactrice avec différents médias français et coréens spécialisés dans la musique classique. Diplômée du cursus professionnel « Administrateur / Producteur Projets Musicaux » à l’Université Paris X, Marine est conseillère artistique et développe divers projets artistiq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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