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추위와 함께 성큼 다가온 겨울을 맞이한 서울, 11월 20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 The Gift of Fire »라는 타이틀의 공연이 주목을 끌었다. KBS 교향악단은 그들의 음악 감독 피에타리 잉키넨(Pietari Inkinen)의 지휘로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와 스크리아빈의 작품들로 구성된 대담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감싸주었다.
한국 교향악의 선두주자 KBS 교향악단
1956년에 창단된 KBS 교향악단은 한국 클래식 음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전통과 혁신을 결합해 음악을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노력하고 있는 그들은 디지털 K-홀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공연을 스트리밍하고 고화질 아카이브를 제공하는 등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와 예술적 완성도 추구의 의지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2022년부터 음악 감독을 맡은 핀란드 출신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과 함께 활동 중인 KBS 교향악단은 국제 무대에서 한국 교향악의 자존심을 널리 알리고 있다.
스크리아빈의 신비로운 세계로의 몰입
협주곡과 교향시의 중간 쯤 되는 작품으로 음악의 조화와 발전을 빛과 함께 표현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는 스트리아빈의 대작 « 불의 시(프로메테우스) »의 협연자로 프랑스 피아니스트 장-이브 티보데(Jean-Yves Thibaudet)가 등장했다. 언제나 그렇듯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의 의상을 입고 무대에 등장한 티보데는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동반한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조명의 색깔이 화성의 변화에 맞추어 시시각각 리드미컬하게 변화했는데, 이는 티보데의 화려한 의상과 어우러져 서울의 관객들을 스크리아빈의 신비로운 세계로 몰입시켰다. 단, 원래 작품 편성에 포함된 합창 부분의 누락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다. 언젠가 독창, 오케스트라, 합창이 함께하는 완전한 버전으로 더욱 몰입감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첫 번째 파트를 마무리하는 답례곡으로 라벨의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를 연주한 피아니스트는 본인의 프랑스적 뿌리와 이번 프로그램의 러시아적 맥락을 세련되게 연결하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러시아 발레의 정신
스트라빈스키의 유명한 삼부작 발레 작품 중 두 곡이 이날 밤 프로그램에 포함되었다. 1부 순서를 화려하게 시작한 « 불새 »에 이어, « 봄의 제전 »이 러시아 발레의 에스프리를 계속 이어갔다. 피에타리 잉키넨의 지휘는 1부의 « 불새 »에서 약간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으나, 2부의 « 봄의 제전 »에서는 강렬하고 대담해졌다. 격렬한 관능미와 원시성이 공존하는 리듬은 오케스트라의 집단적 훈련과 조화를 이루며 절정을 이루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잉키넨은 엄격한 테크닉과 영감을 바탕으로 각 악장을 생생한 음향의 서사시로 변모 시키며 KBS 교향악단의 표현력을 탁월하게 이끌어내었다. 유럽의 악단들에 비해 비교적 젊은 단원들로 구성된 KBS 교향악단은 뛰어난 에너지와 엄격한 연주를 들려주었는데 특히 콘트라베이스 섹션에서 엄격한 통일감을 자랑하던 독일식 활 주법이 기억에 남았다.
잉키넨의 접근 방식은 기술적 엄격함과 표현력을 겸비한 것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역시 KBS 교향악단의 젊은 음악가들은 그의 지휘봉을 믿고 탁월한 연주를 선보였다. 2022년부터 KBS 교향악단의 지휘를 맡고 있는 핀란드 출신의 그는 바그너, 시벨리우스,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에 대한 혁신적인 해석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 그는 로열 콘서트헤바우 오케스트라(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와 베를린 슈타츠카펠(Staatskapelle Berlin)과 같은 저명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바 있다.
미래를 향한 비전
이번 공연을 통해 KBS 교향악단은 세계 음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계속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들은 디지털 전환의 성공과 국제적 협업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적 대사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작곡가들의 창조적 불꽃과 서울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어우러진 이 특별한 밤은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며 잊을 수 없는 음악적 경험을 선사했다.
프로그램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 불새 »
알렉산드르 스크리아빈 « 프로메테우스, 불의 시 »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 « 봄의 제전 »
출연진
KBS 교향악단
피에타리 잉키넨, 지휘
장 이브 티보데, 피아노
